그건 이렇습니다 태정 on 08 Dec 2008
소프트웨어 전문가에게 요구되는 창의력과 통찰력
요즘 항간에는 소프트산업 발전을 위해 인력양성이 필요하다는 말이 많다. 원론적으로 지극히 당연한 관찰이다. 그런데 보다 정확한 발전 로드맵을 그리기 위해서는 한국 시장의 현실을 정확히 보는 것이 필요하다. SI를 포함한 서비스 측면에서 보면 이미 세계 대 기업에 속한 국내 회사들이 3개나 있는 것으로 안다. 문제는, 이렇게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패키지 소프트웨어 기업이 전무한 현실이다. 오래 전부터 정부가 앞장 서서 고부가가치 산업인 소프트웨어를 우리나라의 전략적인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자 노력해왔는데 왜 이런 현실이 벌어졌을까?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부진의 요인으로는 소프트웨어 기술부족, 소프트웨어에 대한 사회적 인식 미비, 영세한 사업구조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혜안 부족도 한 요인이라고 보인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2010년 까지 국내 소프트웨어 분야 인력은 초급인력 5200명, 중급인력 7400명, 고급인력 5500명 등 총 1만 8100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서비스 사이드인 SI 측면에서 보면 초급 인력이 부족하거니와 기업에서 뽑는 숫자도 많지 않다. 그런 인력에 대한 수요는 있지만,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에서 수요가 없다 보니 자연 전공을 회피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적 재산 제품인 소프트웨어 산업의 또 다른 측면인 패키지 소프트웨어의 경우 창의성이나 비즈니스 통찰력을 갖춘 인력이 얼마나 되느냐가 산업발전의 척도가 된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소프트 인력 양성 프로그램에 이 두 가지를 집중적으로 키워주는 과정이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정작 패키지 소프트웨어 산업만 놓고 보면 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닌데도 혁신의 바탕이 되는 창의성과 비즈니스 목적에 맞는 IT의 역할을 스스로 강구하고 고민하는 비즈니스 통찰력을 갖춘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언제나 인력난에 허덕이는 모습인 것이다.
사실 업계의 관행이 되다시피 한 하청위주의 프로젝트 수행이 고질적인 인력 문제의 핵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역할 분담, 인재에 대한 처우 개선, 그리고 합리적인 계약문화의 이행 등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어느 프로젝트든 20% 정도의 자기 인력만 갖추면 나머지는 하청, 재하청으로 이어지다 보니 모두매우 열악한 조건에서 삶을 영위하게 되는 것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보다 고질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창의성과 통찰력을 갖춘 인재의 양성은 시간과 돈의 투자가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소프트웨어가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지만, 선진 경제는 이미 70% 이상의 국부를 서비스 산업이 창출하고 있을 정도로 서비스경제로 변화하고 있다. 조만간 그런 서비스경제 국가로 거듭나게 될 날을 맞기 위해서도 창의성과 통찰력을 가진 전문가 그룹을 많이 양성할 필요가 있디.
소프트웨어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 기관에서는 시장이 원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교육과정을 보다 개선할 필요가 있다. 소프트웨어 인력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간 IT 학과의 정원이 현저히 줄어드는 기현상도 이런 수요-공급의 차원에서 들여다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들이 있다. 지식경제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수요자 맞춤형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사업’을 통해 작년에만 1,851명의 현장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소프트웨어전문인력을 배출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여전히 부족하다. 선진 소프트웨어 경쟁국들과 비교하면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이 질적, 양적으로 현저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일본의 경우 소프트웨어 인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키워낼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30개 대학이 각 지역 산업과 밀접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발굴하고 관련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미국은 소프트웨어의 전체 구조를 그려낼 수 있는 아키텍트 인재를 양성하는 방안을 포함하는 기초연구 프로젝트에 연방기금을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아일랜드는 소프트웨어만을 위한 전담기구가 있어 이를 통해 인력을 집중 양성하고 필요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고 한다. 중국도 소프트웨어 기업의 연구개발 기구를 설립해 인재양성에 나서고 있다. 인도는 이미 잰 걸음으로 앞서 나가고 있다.
정부, 교육기관, 기업들이 합심해 체계적이고 일관된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책을 마련하고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강국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살려 나간다면 적어도 소프트웨어 산업이 향후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든든한 밑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강국이 되지 말란 법도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며 뛰어난 기술력을 과시하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2008년 9월에 표삼수 사장 이름으로 디지털타임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